페르시아 문학 천년 역사 속 가장 중요한 여성 시인으로 불리며 또한 전례없는 여성의 욕망을 표현하는 솔직함으로 이란 사회를 뒤집어놓은 논쟁적인 시인으로도 꼽힌다. 뉴이란시네마의 선구자로 한센병 병동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 〈검은 집〉 단 한 편의 연출작을 남겼다. 단 한번도 영화를 배워본 적도 촬영팀을 이끈적도 없는 시인이 만든 다큐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리듬감과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영화이다. 인간의 존엄성과 운명의 불공평함을 논하는 이 작품은 당시 폐쇄적인 이란 사회의 정치와 종교에 대해 은유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작품이었다. 지금까지도 〈검은 집〉은 이란 최고의 다큐로 거론되며,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포루그에 대한 존경으로 그녀의 시 ‘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’를 자신의 영화 제목으로 차용했다.
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
− 포루그 파로흐자드
나의 작은 밤 안에, 아
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
나의 작은 밤 안에
적막한 두려움이 있어
들어 보라
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
나는 이방인처럼 이 행복을 바라보며
나 자신의 절망에 중독되어 간다
들어 보라
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
지금 이 순간, 이 밤 안에
무엇인가 지나간다
그것은 고요에 이르지 못하는 붉은 달
끊임없이 추락의 공포에 떨며 지붕에 걸쳐 있다
조문객 행렬처럼 몰려드는 구름은
폭우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
한순간
그 다음엔 무
밤은 창 너머에서 소멸하고
대지는 또다시 숨을 멈추었다
이 창 너머 낯선 누군가가
그대와 나를 향하고 있다
오,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푸르른 이여
불타는 기억처럼 그대의 손을
내 손에 얹어 달라
그대를 사랑하는 이 손에
생의 열기로 가득한 그대 입술을
사랑에 번민하는 내 입술의 애무에 맡겨 달라
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
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
『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』(2012), 신양섭 옮김, 문학의숲